僞學은 어떻게 지금처럼 확산되었는가?(1) 반테러 동양사


副題: 사이토 마코토의 교육시책(上)



네이버에서 사이토 마코토의 교육시책 이라는 것을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매우 깜찍한 글이 뜬다.

(1)먼저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일, 역사, 전통을 알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민족혼, 민족문화를 상실하게 하고 (2)그들의 조상과 선인들의 무위, 무능, 악행을 들춰내어 그것을 과장하여 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침으로써 조선인 청소년들이 그 부조(父祖)들을 경시하고 멸시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여, 그것을 하나의 기풍으로 만들고, (3)그 결과 조선의 청소년들이 자국의 모든 인물과 사적(史蹟)에 관하여 부정적인 지식을 얻어, 반드시 실망과 허무감에 빠지게 될 것이니, 그때에 일본 사적, 일본 인물, 일본문화를 소개하면 그 동화의 효과가 지대할 것이다. 이것이 제국 일본이 조선인을 반일본인(半日本人)으로 만드는 요결인 것이다.


어째 총독이 발표한 공식적인 문건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한 표현들을 사용하고 있는 이 글은, 본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물건일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조선사편수회사업개요" 에 나온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사람은 "조선사편수사업 교육시책 지침" 이라는 것 가운데 나온다고 주장하는데[1], 전자에서는 저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으며 후자의 문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 외 사이토 마코토의 조선 총독 재임 시절 발언이나 관보에서도 저런 문면은 확인되지 않았다.[2] 


본인이 굳이 이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까닭은 두가지이다. 

첫째로, 이 문건은 그 자체로는 단지 문화통치 시대 정책의 실상을 폭로할 뿐인 것 같지만, 실은 위학(僞學)의 논리 체계 안에서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설명하자면, 저 문건은 대개 "이마니시류의 환국->환인 조작설", 그리고 "일본에 의한 20만권 분서설" 과 붙어서 나오는데, 독립되어 있을때는 잘 알 수 없지만 저 두 개의 괴론과 합쳐지면 총독이 직접 "조선 사람이 자신들의 역사를 모르게 하라" 고 지시했다는데서, 두 괴론이 주장하는 조작과 분서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그런데 이 두가지 괴론- 환국 조작설과 20만권 분서설은 이미 날조임이 밝혀졌다.[3][4] 그렇다면 받침대 역할을 하던 "교육시책" 혼자만 남는 셈인데, 과연 이 위학의 논리를 개발해 낸 사람이 유독 이 글만 정확한 자료로부터 전재했으리라 볼 만한 심증이 가질 않는다. 이것 역시 날조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저 문건은 원래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대개 이런 출처 불명의 글발, 특히 일본이 우리 역사에다 뭔가 조작을 했다는 말이 나오면 그 기원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될 것은 다름아닌 문정창의 저서들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있었다. (........)


"그러한 바 제3대 총독 齋藤實은 그가 부임하기 전 동경에서 단행한 8월 19일의 조선총독부 관제변경에서 총독부 학무국에 편수관 2명을 신설하고 시학관(視學官) 2명을 증원하였으며 또한 그 증원된 자들의 과원(課員)과 보좌가 될 다수의 편수서기 시학들을 증원하였다. 그리하여 총독부에는 편집과가 신설되었으며 다시 1921년 2월 10일의 관제변경에서 총독부에 다수의 편수서기와 시학, 그리고 각도에 26명의 시학을 증원하였다.

진용이 정비된 이 일련의 일본인 교무당국자들은 교과서의 편찬, 학교의 수업, 그 독려 및 감시 등으로서 '조선인을 반 일본인으로 만드는 작업' 을 급히 하는 것이었다. 조선인을 반 일본인으로 만드는 작업은 지극히 간단용이하다.

조선인은 과거 10여년간 사립학교, 서당 등 수천~수만의 기존 교육시설을 폐쇄당한 등 배움의 길을 차단당해왔다. 그러므로 문화민족 조선인들은 배움에 관한 갈증이 지심하니, 이때에 학교를 증설하여 배움의 길을 열어주면 그들은 그 교육의 내용이 여하한 것인가를 가리지 아니하고 달려들어 열심히 배울 것이니, 장차 할, 제국일본의 주입교육, 이처럼 좋은 바탕은 없는 것이다. 

시비와 불화는 빈한 가정과 사회에서 일어나기 쉬은 것이요, 빈곤의 유산을 이어받은 자손들은 그 선대들을 원망하는 심정이 간혹 일어나는 법이다.

멀쩡한 조선 사람들을 반 일본인으로 만들려면은

1)먼저 그 사람들이 자기의 일과 역사와 전통을 알지 못하게 만들므로써 그 민족혼 민족문화를 상실하게 만들고

2)다음 그 모든 선인들의 무위, 무능, 악행 등을 들추어 내어 그것을 과장하여 가르치므로써, 조선인청소년들이 그 부조들을 경멸시하는 감정을 이르키게 하며

3)그리하여 그것이 점차 자아 혐오증으로 발전하게 함이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이리 배움에 갈증이 심한 청소년들이, 자국의 모든 인물과 사적에 관하여 왜곡된 지식을 얻어, 경멸감과 혐오감에 걸리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실망과 허무감에 빠질 것이니, 그러한 때에 장식, 미화, 과장된 일본사적, 일본인물, 일본문화들을 소개하면, 그 주입효과 다대할 것이니, 제국 일본이 조선인을 반 일본인으로 만드는 요결과 첩경이 실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정창, 군국일본 조선강점 36년사 上권 p. 318~319, 粕文堂, 1966>


읽어보면 충분히 음미할 수 있지만, 이것은 사이토 마코토의 발언이 아니다! 문정창이 사이토의 문화통치 정책에 대해서 내린 해석인 것이다. "교육시책" 이라는 표현은 여기에는 나오지 않는데, 같은 책의 中권에서 자기가 쓴 부분을 다시 인용하면서 이것을 "교육시책" 이라고 부른다. 물론 사이토 마코토가 발언했다는 주장은 거기서도 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이 上권에서 기술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누가 문정창의 글을 사이토 마코토가 내놓은 교육시책이라 둔갑시켰는가?



재야사학이라 쓰고 날조사(詐)학이라 읽는[5] 인류사적 독극물이 온 나라안에 만연하게 된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하게 말 해 나는 아직까지 이 사람들이 단지 문정창의 초능력[6]에 걸려든 선의의 희생자들일 뿐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날조사학을 확대 재생산한 공범자들인지 확실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선악과 正邪, 흑백을 처음부터 정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무슨 말을 했고, 누구는 누구의 말을 베꼈으며 무엇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차근 차근히 조사하는 것이 먼저이다.


서희건. 전 조선일보 편집부국장.

(故)이상시. 변호사. 규원사화 진서론의 대표자.


....일단은 이 두사람의 소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계속)




***2007년 8월 7일에 원래 쓴 글에서는 문정창의 저서에는 "교육시책" 이라는 표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후 확인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이 표현은 같은 책의 中권에서 등장한다. 따라서 마땅히 내용을 수정해 둔다. 아울러 이상시와 서희건이 이를 사이토 마코토의 교육시책이라 생각한 것은 일종의 오독의 문제이지 날조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1]DC 역사갤러리, 만주벌판, 2007년 6월 9일 게시물
[2]역갤블로그, 金歷佛, 2007년 6월 18일 게시물
[3]초록불님 블로그, 2004년 8월 8일 포스팅
[4]악질식민빠님 블로그, 2007년 6월 29일 포스팅
[5]악질식민빠님 블로그, 2007년 6월 26일 포스팅
[6]초능력에 대해서는 악질식민빠님이 여러차례 논하신 바 있다. 文學에서 "초능력" 이라는 개념은 그 엄청난 설득력과 연관된다.


핑백

  • 11th fear : 위학(僞學)은 어떻게 지금처럼 확산되었는가?(2) 2007-09-30 12:40:28 #

    ... 이를 마인드컨트롤하여 국내 유수의 메이저 일간지 지면을 당당히 징발, 위학(僞學)의 전성시대를 천하에 선포하고야 말았으니.....문정창이 자신의 文才를 뽐낸 글 한 토막[1]이 갑자기 "사이토 마코토가 내린 교육시책" 으로 탈바꿈한 채로 나타난 최초의 자료는 1985년 10월 20일자 주간조선 연재물 &lt;단군조선은 이렇게 말살됐다&gt; ... more

  • 11th fear : 그 후 새로 알게 된 것 2008-06-14 21:55:49 #

    ... http://shaw.egloos.com/1614990</a> , http://shaw.egloos.com/1643540 )을 대강 수정해 놓는 것에 그쳤습니다. 이제 책도 또 빌렸고 염증도 어지간히 가라앉았으니 여기에 문제의 부분을 옮겨둡니다. ------------------------------------------------------------------------------본서 상권은, 1920년에 시작된 이른바 ... more

덧글

  • 초록불 2007/08/07 02:44 # 답글

    교육시책이 날조라는 건 얼마 전에 알았는데 그 뒷 이야기는 조사해볼 생각을 못했군요. 후속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악질식민빠 2007/08/07 23:16 # 답글

    저 역시 후속편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_*
  • 야스페르츠 2007/08/08 22:16 # 답글

    후속편이 어서 나왔으면... 지금 애타게 기다리고 있답니다...ㅡㅡ;
  • 카멜레온 2007/08/09 14:41 # 삭제 답글

    2탄 언제 나옵니까 -_- 기다리고 있어요
  • Shaw 2007/08/09 22:42 # 답글

    초록불님/ 저도 얼마전에야 알게된 사실입니다.

    악질식민빠님/ 헉... 기다리는 분들이 계실줄이야...

    야스페르츠님/ .....(사실 아직 한 줄도 안썼습니다. ㅡㅡ;;)

    카멜레온님/ 안녕하세요. 2탄은... 어, 언젠가는 쓰게 되겠지요...
  • 곰돌이 2007/08/11 13:21 # 답글

    개인적으로는 "국사는 '올바르게' 찾아야 하고 '올바르게' 저술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올바르게' 가르치지 아니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이상시 변호사의 '영혼'을 믿습니다.
    이런 말도 남겼고요.
    "한편으로는 애국심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민족주의 사관에 집착한 나머지 고증을 소홀히 하고 사실(史實)을 과장하게 서술하는 경향도 아울러 경계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바이다."
  • 곰돌이 2007/08/11 13:46 # 답글

    그분의 대표적인 저서인 '단군실사에 관한 고증연구'를 찾아보았습니다.
    p.35 ~ 36에 걸쳐 설명된 내용에는, "소위 '동화의 수법의 요령을 요약하여 보면, 조선인 ... 요결인 것이다' 라고 떠벌려 놓고 있다"라고 문정창의 저서 (p.319)를 인용하여 적혀 있습니다만,
    그 내용은 위에 제시된 내용과 매우 유사한데, 1), 2), 3)의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교육시책'이라는 말은 없네요.
  • Shaw 2007/08/11 17:23 # 답글

    곰돌이님/ 맞습니다. 이상시 선생의 책은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보다 좀 늦게 나왔는데, 교육시책 대목에서는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선생은 서희건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2007/08/11 18:0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Shaw 2007/08/11 21:12 # 답글

    period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몹시 가소로운 자들이군요.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을 때만 성립하지요.

    그나저나 사실은 저도 남평문씨인데.......
  • 講壇走狗 2007/08/12 23:33 # 답글

    삼가 들러 문후 여쭈옵니다.
  • 타워렌 2007/08/13 00:11 # 답글

    오래간만에 와봤는데 요즘관심사는 이쪽인가 보군요.
    이 글은 기본적으로 논문의 형식을 가지는 군요.
    재야이지만 포말리즘은 이과쪽 강당이라고 해야하나
    길이가 짧으니 문과쪽이라하기엔 무리가 있고 ㅎㅎ
    나중에 이런거 모아서 출판하는것도 재미있을려나
  • Shaw 2007/08/13 19:54 # 답글

    講壇走狗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종종 들러주십시오. ^^
  • Shaw 2007/08/13 19:55 # 답글

    타워렌/ 내 관심사는 다이레이저 스캐닝인데... ㅋㅋ
  • 타워렌 2007/08/13 23:24 # 답글

    어제 적은 리플을 보니 오타가 몇개 있네요
    리플은 수정하기 기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됨
  • automatic 2014/01/31 07:42 # 삭제 답글

    나는 교육 정책 마코토 사이토의 소재를 좋아했다. 옆에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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