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사학捏造詐學을 한다는 것은 곧 초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가공할 사이킥 파워는 사람의 정신의 허술한 면을 파고들어 사실도 아닌 것을 사실로 믿게끔 만든다.
여기서 "사실도 아닌 것" 이란, 재야사학捏造詐學이 유도하는 결론들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괴악하고도 허무맹랑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믿어버리도록 만드는 장치들까지 아울러 가리킨다. 그 장치로는 다음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재야사학捏造詐學자들이 역사에 해박하며, 정보를 양심적이고도 객관적으로 다룬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강단사학자들은 식민사학의 후예이며 역대의 수많은 음모를 통해 우리의 진정한 역사가 감추어지고 훼손되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첫째 항목과 둘째 항목 사이에는 실로 논리적인 연결이 존재한다. 만약 재야사학捏造詐學자들이 정말로 객관적이며, "사료를 있는 그대로 읽기만" 한다면 그들의 주장이 사실임이 드러나는 것이라면 왜 이같은 사실이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가? 기존의 역사학자들이 놀라운 음모에 동참하여 진정한 역사를 은폐, 왜곡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실상을 알고보면 이같은 추리는 아예 전제부터 틀렸다. 재야사학捏造詐學자라 스스로 주장하는 자들은 양심적인 인물도 아닐 뿐더러[1] 역사에 매우 무지한데다, 심지어는 사료를 해석하기 위한 기본적인 한문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자들이다. 비유하자면 중세 영어는 물론 현대 영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자가 <<캔터베리 이야기>> 를 번역하겠답시고 나서는 것과 같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들도 명색이 역사학 연구를 하겠다며 나타난 사람들인데, 한문도 못 읽는다고 몰아붙이는 건 좀 심한 처사 아닌가?" 라고 생각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것을 보시라.
紂의 形象이 처음 젓가락과 같았으매, 箕子 嘆息해 가로되 "저 자가 짖가락의 形象을 하고 있으니, 반드시 玉杯가 될 것이며, 玉杯가 되면은 반드시 遠方을 생각할 것이니, 바야흐로 怪物이 저자에게 구종들 것이다." 하였다.
紂始爲象箸. 箕子嘆曰 彼爲象箸 必爲玉杯 爲杯則必思遠方 珍怪之物 而御之矣
(<<고조선사연구>>, 문정창, 柏文堂, 1969, p170~171)[2]
인용문 원래 해석:
주왕이 처음 상아젓가락(象箸)을 만들자(爲)(혹은 사용하자), 기자가 탄식하여 말했다. "그가 상아젓가락을 만들었으니, 반드시 옥배도 만들(爲) 것이며, 옥배를 만든다면 반드시 먼 지방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珍怪之物)을 생각하여 이를 사용하게(御) 될 것이다."
문군수 해석:
爲: 하다. 되다.
象: 형상
箸: 젓가락
爲+象+箸 = 하다+형상+젓가락 = "젓가락의 형상을 하다."
爲: 하다. 되다.
玉杯 : 옥배
爲+玉杯 = 되다+옥배 = "옥배가 되다"
珍怪之物: 진기하고 괴이한 물건 -------> 괴물 (??*$#@@?!)
御: 거느리다
之: 지시대명사
珍怪之物而御之 = "괴물이 저자에게 구종든다." (!@@&!!????)
..........................................

.......설마 이런거냐. (무서워!)
이런 인사들이 자기 실력을 스스로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저서에서는 한 치의 신중함이나, 천학으로 인한 조심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간단하다. 재야사학捏造詐學자들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8.15 이후 완전히 무식화"[3]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속여넘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그 흉랄한 계략이 성공하여, 정상사학자들은 매국식민사학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비양심과 날조의 주인공들은 향기로운 이름을 받았으니, 이 나라가 "완전히 무식화" 했다는 평가는 비록 가증스러우나 혹 어느 정도는 사실에 부합했던 바가 아니런가!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식으로 대중을 기만할 것인가? 그 방법 역시 지극히 간단 용이하다. 일단 재야사학捏造詐學에서는 모든 결론이 미리 정해져 있으니, 바로 다음과 같다.
1. 무카시 무카시 우리나라는 킹왕짱 세고 존내 컸다. 그런데 그 후엔 ㅈㅂㅅ.
2. 옛날에 우리가 한대씩 패줬던 나라들이 원한을 품고, 우리나라 역사책 다 불태우고 조작했다.
결론이 먼저 정해져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상적인 학문에서는 자료를 검토하여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여 결론을 이끌어내지만, 재야사학捏造詐學에서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이에 견강부회하기 위해 자료를 재조직한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도 음악한 자의 손아귀에 떨어지면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는 괴걸스런 말이 되고 마는 바, 특히 25사와 같은 방대한 漢籍을 뒤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단장취의와 방점 놀음을 통해 입맛대로 왜곡할 수 있는 구절들이 나타나게 되니, 이는 마치 성경을 한 글자씩 띄워 읽었다가, 대각선으로 읽었다가 하며 인류 역사의 중대 사건들이 그 안에 미리 예언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던 떨거지들과 별 다를게 없다.[4]
광개토대왕의 제2의 위대한 업적은, 오늘날 북경지방 서쪽 업(鄴)에 위치한 북위(北魏)를 공격하여 위 태조 탁발규(拓跋珪)가 요산(堯山)으로 달아나고, 그 국도에 고구려군인 36만명과 악사와 기예인 등 10만명이 들어가 거주한 일이다.
天興元年(廣開土大王 8, 398) 正月 辛酉, 車駕發自中山, 至於望都堯山 徙山東六州民吏及徒何.
高麗雜夷三十六萬. 百工伎巧十萬餘口. 以充京師 (<<魏書>> 卷2 <太祖紀> 第2)
丙辰(10월 21일),上聞太子奉迎將至,從飛騎三千人馳入臨渝關,道逢太子..... 諸軍所虜高麗民(民은 軍의 은어:필자)萬四千口,先集幽州,將以賞軍士,上湣其父子夫婦離散,命有司平其直,悉以錢布贖爲民,歡呼之聲,三日不息. (<<資治通鑑>> 卷197 <唐紀> 13 太宗 中之下)
이와같이 하여 광개토대왕은 북경 서쪽 광대한 지역에까지 그 세력을 뻗쳤으며, 이로 인하여 북위는 향후 130 여 년 간 고구려의 복속국이 되는 것이다.
(<<한국고대사>>, 문정창, 인간사, 1988, p150)
왜 그딴데서 끊어읽냐.
원래 <<위서>> 의 천흥원년조는, 후연 영토를 정복한 탁발규가 거하게 순행을 하며 전후 조치를 취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바야흐로 북위가 북중국의 패권을 거머쥐는 순간인 것이다. 망도, 요산은 물론 산동 6주 역시 원래 후연의 영토였던 신 정복지에 속한 땅이다. 인용 부분도 원래는 이런 뜻이다. [5]
어가가 중산을 출발하여 망도 요산에 이르렀다. 산동 6주의 주민과 관리, 도하, 고구려의 잡이 36만명, 각종 공인과 예술가 10만여구를 옮겨 이로써(以) 경사를 채웠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 소용없다. 위대한 재야사학捏造詐學자 손아귀에 들어가면 개선은 도주로 둔갑하고 사민(徙民)된 자들은 적의 공격군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개그 해석을 후세인들이 믿도록 만들었으니, 어찌 감히 초능력의 실재함을 의심하겠는가!
물론 아무리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재야사학捏造詐學자라 하더라도 이와같은 방법만으로는 원하는 근거를 찾아내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다. 달리 재야사학捏造詐學이겠는가? 없는 근거는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다.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완전히 무식화한 8.15 이후의 이 나라" 에서 누가 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인가.
유림관에 들어서니, 고구려군 14,000 명이 출동하여 당군을 영격하였다. 이때 양측의 전투가 3일간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한국고대사>>, 문정창, 인간사, 1988, p193)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民은 軍의 은어
그러니까 지금 이 재야사학捏造詐學의 아버지는 위의 사료를 이렇게 읽고 있는 것이다.
諸軍所虜高麗民(제군에 잡혀있는 고구려백성) 고구려군이 출동하다.
萬四千口(14000구) 고구려군의 수는 14000명.
歡呼之聲 三日不息(환호가 3일간 끊이지 않다) 전투가 3일간 이어졌다.
제왕적 독법이란 하나로 결정되어 있는 독해 방법이 아니다. 재야사학捏造詐學이 퍼뜨리고자 하는 결론을 미리 염두에 두고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료에다 부리는 모든 장난질은 다 제왕적 독법이라 부를 수 있다. "사료를 정확히 읽으면" 재야사학捏造詐學의 결론이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 사료를 정확히 읽는 것만 빼고 다른 것은 다 해도 되는 非學이 바로 재야사학捏造詐學이다.
그러나 찬양받으라. 우리는 아직 빙산의 일각만을 보았을 뿐이다.
[1] 초록불님 블로그 인덱스 재야사학 비판, [5]재야사가의 수상쩍은 내력들을 참조하시라.
[2] 원래 악질식민빠님이 역갤에 올려서 뭇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던 바로 그 부분.
[3] 악질식민빠님 블로그 2007년 9월 4일자 포스팅
[4] 책사풍후가 원래 바이블코드 신봉자였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5] <<北史>> 에는 三十六萬이 三十六署 로 나와있다. 그렇다면 이는 뒤의 百工技巧에 걸리는 말이며 산동 6주 주민, 도하, 고려의 잡이, 36개 부서의 백공기교를 모두 합쳐 10만이라는 말이 아닐런지.
[6] 교수라는 자가 "책봉을 받으면 지방정권" 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부터가 최악이다.
덧글
이 대목은 해석 못할 분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紂始爲象箸 주왕이 처음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자
箕子嘆曰 기자가 탄식하여 말하길
彼爲象箸 그가 상아 젓가락을 쓴다니
必爲玉杯 반드시 옥배도 쓰리라
爲杯則 옥배를 쓰면
必思遠方珍怪之物而御之矣 반드시 먼 지방의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사기] 송미자세가에 나오는 대목으로, 은나라 주왕의 방탕함을 걱정하는 내용입니다. 이걸 3단 변신으로 이해하다니... 대단한 군수님.
아 탈력....
왠지 일전의 난독증 환자들도 이 시리즈의 한 축에 속할 듯 싶네요.... 휴.
고전압님/ 변신괴물 주왕이지요.
야스페르츠님/ 예시 배열을 어떻게 할까 고심중입니다.
서군시언님/ 예, 결국 공부가 유일한 희망인 것 같습니다. (ㅜㅜ)
한단인님/ 덕일쨩의 발언을 보면 그만 아찔해지죠.
"현대에 쓰인 책으로는 문정창 선생의 [한국고대사] 를 좋아합니다. 요즘 읽어보면 이렇게 훌륭한 분이 재야에 계속 묻혀 지내셨구나, 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한국고대사] 는 우리 역사를 확대해서 보고 있는데, 이것이 다 사료상의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경제 2006.3.24)
紂始爲象箸. 箕子嘆曰 彼爲象箸 必爲玉杯 爲杯則必思遠方 珍怪之物 而御之矣
걸이 비로소 코끼리를 위해 젓가락을만드니 기자가 탄식하며 말하길 저리 코끼를 위해 젓가락을 만드시니 반드시 (코끼리를)위해 옥배를 만드실것이고 옥배를 만드시면 반드시 멀리 풀어놓을실(方-放)것이니 들이 그것을 어용이라 할것이다
이것은 걸왕의 애완용 코끼리 사랑을 기자가 경계한 내용입니다.
악질식민빠님/ 제가 어찌 감히. 그저 흉내만 조금 낼 뿐입니다.
하고 다시보니 그나마 한문도 몇 개 없습...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