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사학' 측의 행태를 접한 사람들이 흔히 품는 의문 가운데 하나는,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이렇게 생각이 없는가?" 라는 것이다. 이 의문은 좀 더 엄밀하게 표명되고, 분석될 필요가 있다.
첫째,'이 사람들' 이란 바로 재야사학의 '추종자' 들이다. 재야사학에는 추종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재야사학의 논리 체계를 개발하고 각론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존재-'생산자' 와는 구별되는 사람들이다. 대체 어떤 학문 분야에 추종자가 따라다닌다는 것은 엄청나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물리학 추종자나 화학 추종자 같은 것이 있는가? 그러나 사실 알고보면 우리가 흔히 '재야사학' 이라 부르는 것은 유사역사학(Pseudohistory)의 일종으로, 학문이 아니다.[1] 추종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재야사학이 신흥 종교와 유사한 존재 양태를 나타내는 예[2] 가운데 하나일 뿐으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둘째, 재야사학 추종자들에게 '생각이 없다' 고 여기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잘못되었다. 추종자들과 비판자들의 관심사와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비판자들은 원래, 재야사학에서 역사학적인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야사학은 역사학이 아니고, 추종자들 역시 역사학적인 것에는 사실 거의 관심이 없다. 그들도 분명 생각을 한다. 하기는 하는데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하면, 재야사학에서 말하는 한민족의 역사가 얼마나 위대한지, 모든 사람들이 재야사학을 믿게 되면 얼마나 근사할지, 재야사학을 무시하는 기성 사학계와 비판자(흔히 식민빠라고 하는)들이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재야사학의 훌륭함을 몰라주는 사회 현실이 얼마나 개탄스러운지, 고대의 위대한 영광이 오늘날에도 똑같이 실현되면 얼마나 멋질지 그런 것들을 열심히 생각한다.
즉, 재야사학 추종자들은 재야사학을 검토와 분석의 대상이 아닌 믿음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며,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고 남에게도 그것을 전파하는 것에 주된 관심이 있다. 그들의 믿음은 재야사학의 각론을 먼저 많이 살펴본 뒤에 귀납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가장 자극적인 표면상의 결론들-고대 한국은 엄청난 대제국이었다, 일본과 중국을 지배했다, 세계 4대 문명은 한민족이 만든 것이다, 등등- 을 보고, "아! 믿고 싶다" 고 생각했기 때문에 형성된 믿음이다.[3]
그러므로 비판자들이 재야사학 추종자들의 행동을 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 예컨대, 자기 스스로 쏟아내는 말 가운데도 대량의 자체 모순이 존재하는데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논거가 논파되면 아무 주저나 성찰도 없이 즉시 다른 논거를(심지어 앞서 제시했던 것과 때로는 모순되기도 하는) 긁어오는 것,[4] 남들도 역사 왜곡을 하는데 왜 너는 우리 역사를 비하하기만 하느냐는 괴상한 반문- 은 사실 추종자들 자신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제들인 셈이다.
왜냐하면, 재야사학은 애당초 학문이 아니라 신흥종교와 유사한 신념 체계라서 추종자들에게 지상(至上)인 문제는 그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하는 것이고 근거가 무엇인지, 어떤 논리 과정을 통해 성립되었는지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근거를 대기는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신념을 입증할 뭔가가 '있다' 는 감각 뿐이며, 근거 자체의 내용과 타당성이 아니다.[5]
상황을 가정해서 설명하자면 흡사 이런 것과 같다. 히틀러가 살아있으며, 그가 지구 공동에 숨어서 UFO 를 만들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자기 신념의 근거로 내미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다. 대체 그 책이 무슨 원리로 그가 내세우는 헛소리의 근거가 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책이 근거라고 굳게 믿는다. 누군가 비판한다. "그 책의 내용은 그런게 아니야." 그러자, 이 히틀러 생존론자는 이번에는"그래? 그럼 다시 증거를 보여줄게. 이거야." 라고 말하며, 『돈이 없어』4권을 보여준다.
이런 저질 코미디는 추종자가 즐겨 이용하는 '생산자' 의 소스가 다 떨어질 때 까지 반복된다. 모든 증거가 사라지면, 그때는 자신이 뭔가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음을 추종자가 인정하는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액세스 할 수 없는 어딘가에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러날 때 같은 것은 없다. 그는 이제 욕설을 퍼붓거나, 역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거나, 남들도 역사 왜곡을 하는데 왜 너는 우리 역사를 비하하기만 하느냐고 하거나,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말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수십년에 걸쳐 무작위로 선택한 대량의 '나무' 가 족족 죄다 썩은 나무였다면, 이제는 그 숲 전체가 썩었다고 보아도 결코 경솔한 결론은 아닐 것이다. 추종자를 개종시키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비판자들이 할 수 있고, 또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은 호기심 때문에 추종자가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링크1)한국사 썩은 나무 60그루
(링크2)환단고기에 관한 썩은 나무 23그루
[1]http://shaw.egloos.com/1629318
[2]http://orumi.egloos.com/3994827
[3]http://orumi.egloos.com/4041971
[4]http://munbba.egloos.com/420200
[5]http://orumi.egloos.com/2462275
몇년간 많은 사람들이 "이병도 양심고백" 이라는 괴설을 보고 경악해왔다. 추종자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사진 자료로 갖다 붙이는 물건을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재야사학은 학문이 아니라 신념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이비 종교와 유사하다.
태그 : 유사역사학




덧글
초록불 2009/01/17 15:00 # 답글
훌륭한 분석입니다.
야스페르츠 2009/01/17 15:30 # 답글
이제 점차 개념정리가 되어 가는 듯 하네요. 근데 정리가 되어도 가슴이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ㅡㅡ;
TSUNAMI 2009/01/17 15:51 # 답글
"사이언톨로지의 교회의 성장 역시 우리 사회가 점차 비합리성을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다. '뉴에이지'의 밀교가 80년대부터 우리 문명의 구성요소로 확고히 자리잡았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합리주의의 지배가 적어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품고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지금과 같은 변혁의 시기에는 특히 이성을 위해 다시 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굳건한 듯 보이는 서구의 합리주의도 근본주의의 철퇴에 맞을 위험이 있다."(p.132-133)-<<문명의 공존>>, 하랄트 뮐러, 푸른숲, 1999
J H Lee 2009/01/17 20:12 # 삭제 답글
사실 거북선의 용 아가리에는 레이져포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US Army Field Manual에 그런 내용이 있습니다.
2009/01/17 21:07 #
아 댓글 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haw 2009/01/17 22:19 #
농담인줄 알았는데 아닌건가...뭐 어떻든 네이버 지식인에서조차 발려서 항복 선언한 한사에는 신경 안 씀.
진성당거사 2009/01/18 19:58 #
사실 농담이 아닙니다........실제 거북선 사진 운운하는 사진도 갖다 실어놨더군요. (조잡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만)
ㅁㅁ 2009/01/17 20:48 # 삭제 답글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그들 귀에는 들리지 않는게 문제이지요..
악질식민빠 2009/01/17 22:13 # 답글
매식글루스에 잠복해있던 환빠들이 메인에 뜬 글보고 다 커밍아웃하는건가...shaw님 굿잡 =_=b
진성당거사 2009/01/18 20:03 #
굿잡 =_=b X 2
TSUNAMI 2009/01/17 22:15 # 답글
그야말로 리플에서 재야떡밥 난무.
milln 2009/01/17 22:38 # 답글
저는 재야사학에 관련된 이런 글을 볼 때 마다 정말 그 인내심과 이타심, 대인배스러운 기질에 감탄할 뿐입니다.이런 글 마저 없으면 암세포 처럼 얼마나 번질지 모르겠지요 -_-;;
아롱쿠스 2009/01/17 23:32 # 답글
그나마 추종만 있으면 다행입니다.'영광을 재현하자'하고 실천모드로 나간다면...
오, 생각도 하기 싫어라~
aa 2009/01/17 23:46 # 삭제 답글
교육문제 쩌네요
2009/01/17 23:5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천지화랑 2009/01/18 00:39 # 답글
그저 판타지 재료라니까요. -ㅁ-;;
하마 2009/01/18 01:09 # 삭제 답글
댓글 쩐다
역사가 2009/01/18 01:58 # 삭제 답글
떠드는 수준을 보니 댓글 달 가치가 없네.
Shaw 2009/01/18 02:11 #
음.. 그러면 방금전까지 있다가 지워진 장문의 리플은, 제가 잘못 본 것이로군요.
ㅁㅂㅈㄷ 2009/06/13 23:30 # 삭제 답글
속시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