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서 이어집니다. (http://shaw.egloos.com/1948690)
지난 포스팅을 통하여 고길동이 둘리 일당을 배제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안해서 구사했음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직접적으로는 고길동의 전력이 정면 충돌을 통해 둘리 일당을 제압하기에는 충분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른바 고길동 츤데레설이나 고길동 대인배설을 성립하기 힘들게 만드는 증거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고길동이 구사했던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강력한 외부 조력자의 힘을 빌려 둘리 일당을 격퇴하려 했던,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검토했다.
Ep. No. Ep. Name Ally outcome
(1) 22 마이콜 라스베가스로 서커스단 단원 단원의 실수로 실패
(2) 39 램프거인(II) 경찰 범죄사실 없음으로 실패
(3) 48 오랑우탄 고향 수송작전(II) 경찰 검거 실패
(4) 60 삼불이 삼불이 갈등 지속
(5) 61 제가 있지 않습니까 삼불이 갈등 지속
(6) 62 있긴 뭐가 있어 삼불이 둘리 일당이 집을 나갔다가 조난-결과적으로 성공
(7) 72 드디어 집으로! 오지 마을의 토인 성공 직전에 탈출
(8) 91 약장수 둘리 약장수 노인 성공했으나 둘리가 도망침
(9) 105 둘리 추방 연구회 영매 영매의 패배-실패
(10) 124 안녕! 둘리 오방떡(도우너의 아버지) 성공
<고길동이 타인의 힘을 빌려 둘리 일당을 쫓아내거나 배제시키려 했던 사례들. 이전 글에서 전재>
이제 이어서 전략의 성패와,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다른 사람의 힘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였는가? 명백히 실패한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1)의 단원, (9)의 영매와, (2)(3)의 경찰이 그 대상이 되겠다.
먼저 서커스단 단원은 자신이 누구를 상대로 공작을 해야 하는지 대상 자체를 혼동했다. 물론 단순히 발 색깔만 확인하고서 마이콜을 또치로 착각한 그의 실수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까닭은 애초에 고길동이 허술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즉, 단원은 또치가 마이콜의 집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 집에는 잠시 놀러간 것 뿐이고 진짜 머무르고 있는 곳은 고길동의 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 결과 밤중에 몰래 침입해서 엉뚱하게도 마이콜을 납치해 가게 된 것이다. 고길동의 부실한 행동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문의 말미에서 유사한 사례들에 대해 다시 거론하게 될 것이다. 한편 영매의 경우에는 그 자신의 초자연적인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은 어떤가. 경찰은 강한 물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둘리 일당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을텐데(이것은 둘리 일당이 몇 차례 체포된 적이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젓가락 도사 사건이나 쌍문동 한밤 난투극 사건 등) 어째서 실패했는가?
그것은 아마도, 현실세계의 공권력이 만화적인 상황에 개입하려 했을 때 만나게 되는 어려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둘리가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경찰이 둘리를 체포할 수 없다. (2)의 실패는 그때문이다. 더구나, 경찰력은 일단 고길동의 신고를 접수한 후에 출동하는 것이므로 고길동의 책동과 실제 물리력이 개입하는 순간 사이에 시간차가 존재한다. 천변만화하는『둘리』세계에서 이 시간동안에 또 무슨 황당한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3)의 실패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결과가 성공적이었던 삼불이, 약장수 노인, 오방떡 등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들 사례의 경우, 확실히 둘리나 둘리 일당 전체를 집에서 내보내는 결과를 가져오기는 했다. 그러나 매번 둘리가 어떻게든 돌아와 버렸기 때문에, 고길동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최종회에서 고길동은 오방떡을 이용하여 둘리, 도우너, 또치, 코로깨를 한꺼번에 내보낸 뒤 승리의 개가를 올렸지만(이것은 고길동이 츤데레이거나 대인배가 아니라는 또 다른 반증이다.) 1년 뒤 둘리가 거지꼴이 된 채로 귀환하여 그 승리는 사실상 무효화 되고 말았다.

여기에서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고길동은 어찌하여, 둘리가 사라졌을때 즉시 이사를 가서 혹시 둘리가 다시 찾아오더라도 종적을 알 수 없도록 하지 않았을까? 둘리가 한번 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에피소드 21「또치, 또치, 또치」에서도 그는 둘리가 일단 쫓겨난다 해도 돌아오려고 시도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2] 그렇다면 혹시 이사가 힘든 형편이었을까? 고길동 자신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는 대량의 가계 부채를 지고 있으며 그 액수는 주택 자체의 가격과 거의 맞먹었다.[3] 따라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에 설령 다소 개연성이 있다 하더라도,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근거는 두가지이다. 첫째로 둘리의 부재 시간이 대단히 짧았던 약장수 노인의 경우를 빼면 다른 두 경우에 대해서는 모두 고길동이 거처를 옮길 수 없거나, 옮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삼불이로 인해 둘리 일당이 사라졌을 때에는 희동이도 같이 없어졌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령 고길동 본인이 이사를 원했다고 하더라도 가족의 동의를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며 도의적으로도 실행에 옮길만한 여건이 못 되었을 것이다.
또한 오방떡의 경우, 고길동은 "쟤 부모들이, 한 놈은 아프리카, 한 놈은 남극에 있거든요. 차비가 없어 못가는 가엾은 애들이랍니다." 라며 그를 사주했다. 이 말을 듣고 오방떡이 둘리와 또치도 같이 데려갈 것을 수락했다. 따라서 고길동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모두 머나먼 이역으로 보내지리라고 믿었을 것이다. 실제로 고길동은 마이콜에게, 둘리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런 그로서는, 더이상 둘리를 배제하기 위해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근거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이다. 둘리는 고길동의 직장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4] 따라서 거처를 옮긴다 해도 둘리가 정말 찾고자 한다면 회사 앞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미행을 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길동의 새 집을 알아낼 수가 있다.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는 전략에서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고길동의 비협조적 자세이다. 전반적으로 그는 외부 조력자를 찾아내어 둘리 일당과 싸움을 붙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활약을 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3)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을 때 고길동은 둘리 일당이 도망치거나 하지 않도록 감시를 한다던가, 혹은 시간을 끄는 정도의 행동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영매나 삼불이가 둘리와 싸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남에게 싸움을 맡기지만 말고, 자신도 힘을 합치면 더 쉽게 둘리 일당을 몰아낼 수 있지 않을까? 삼불이 에피소드를 보면, 둘리 자신도 이미 고길동과 삼불이가 합세할 것을 두려워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힘을 합친다는 발상은『둘리』내에서 결코 불허된 것도, 특이한 생각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길동은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는데, 이는 몹시 놀라운 일이다.

고길동의 이러한 태도는 별 뚜렷한 이유 없이 계속해서 발견되므로, 캐릭터의 성격에 그 원인을 돌려야 할 것 같다. 즉, 고길동은 하수인을 부리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지 남과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런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생각해야 할 점들이 있으므로, 추후 새로운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정리하자면,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둘리 일당을 배제시키고자 하는 전략은 그 외부 세력이 충분이 강하고, 적절하게 투입되었을 경우 분명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에 둘리가 어떻게든 돌아와 버리는 것 까지 억제할 수는 없었으므로 이 성공은 단기적인 것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전략 수행 과정에서 드러난 고길동의 비협조적인 자세는, 비록 그것이 싸움의 성패 자체와 꼭 관련은 없다 하더라도 분명 약점이라 볼 수 있다. 혹시 고길동이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협동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낮은 인물은 아닌가? 이 점은 앞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고길동의 또다른 전략인, "각개격파" 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1] 김수정,『아기공룡 둘리』5권, p385, 대원씨아이(2005)
[2] 김수정,『아기공룡 둘리』1권, p288, 대원씨아이(2004)
[3] http://shaw.egloos.com/1853341
[4] 김수정,『아기공룡 둘리』2권, p121, 대원씨아이(2004)
[5] 김수정,『아기공룡 둘리』3권, p165, 대원씨아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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